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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의 꼬리곰탕
2017-03-02

어두육미(魚頭肉尾), 생선은 머리가 맛있고 고기는 꼬리 맛이 최고다. 도미 머리를 먹어 보
면 어두일미가 사실이고, 꼬리곰탕이나 꼬리찜을 맛있는 양념장에 찍어 먹으면 어두육미가 틀린 말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별미인 만큼 특별한 날이나 자축할 일이 있을 때 먹어도 좋은데 이왕이면 입학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대학에 갓 들어온 새내기에게 추천하고 싶은 음식이 꼬리곰탕이다. 뜬금없이 웬 꼬리곰탕인가 싶겠지만, 이유가 있다. 꼬리에 특별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어두육미라는 말 때문인지 꼬리는 예전부터 동서양 모두에서 즐겨 먹었던 음식이다. 조선시대에는 영조 임금이 정순왕후와 혼례를 올릴 때 잔치에 쓰려고 소꼬리 10개를 준비했다는 기록이 있다. 꼬리가 왕실 결혼잔치 음식으로 전혀 손색이 없었던 모양이다.


미국 대통령 중에는 아이젠하워가 소꼬리수프를 좋아했다. 카우보이의 고장인 텍사스출신인 데다 2차 대전의 영웅으로, 평생을 군인으로 지냈던 만큼 군대에서 먹던 소꼬리 수프에 익숙했기 때문이다. 병사들도 총사령관이 자신과 같은 음식을 먹는 것을 보고 아이젠하워를 애칭인 아이크라고 부르며 믿고 따랐으니 소꼬리 수프 하나로 부하들과 동고동락의 리더십을 실천한 셈이다.


 


유럽에서도 많은 나라에서 소꼬리는 별미로 취급한다. 스페인도 그런 나라 중 하나인데 혹시 방학 때 스페인 여행할 기회가 있다면 전통 꼬리찜인 바로 데 토로(Rabo de Toro)를 맛보는 것도 좋다. 스페인을 찾는 관광객에게 인기있는 요리로, 중세 때부터 전통을 이어 온 역사깊은 음식이다. 원래는 투우가 끝난 후 희생된 소의 꼬리로 요리하는 것이 전통이었다니 스페인식 꼬리찜의 특별한 맛과 함께 스페인 투우사의 열정도 함께 느낄 수 있다.


꼬리가 이렇게 특별하다 보니 구약성경에서는 하늘에 제사를 지낼 때 양의 꼬리를 태워 제물로 바쳤고 동양에서는 좋은 일이 있을 때 꼬리를 태우는 잔치를 열었는데 잔치 이름부터가 태울 소(燒), 꼬리 미(尾)자를 써서 소미연(燒尾宴)이다.


소미연은 8세기 초반의 중국 당나라 때 유행했다는 잔치로 신분에 변화가 생겼을 때 열었던 자축연이다. 위거원이라는 사람이 재상으로 승진하자 황제와 동료 대신을 집으로 초청해 잔치를 연 것에서 비롯됐다. 당나라 때 문헌인 『봉씨견문록』에는 과거에 장원급제를 하거나 승진을 하면 집집이 자축연을 열어 진수성찬과 술을 준비하고 음악과 가무를 마련해 손님을 접대했다고 전한다. 그런데 왜 잔치 이름이 하필이면 꼬리를 태우는 잔치, 소미연일까?


소미연은 잔칫상에 차려진 꼬리 요리가 맛있어서 생긴 이름이 아니라 잉어가 급류를 거슬러 올라 용이 되어 하늘로 승천한다는 등용문(登龍門)의 전설에서 따온 이름이다. 어려 관문을 통과해 출세한다는 뜻으로 중국 역사책 『후한서』에 이야기가 실려 있다.


용문은 지금의 중국 산시성(山西省) 롱먼현(龍門縣)에 있다는데 물살이 너무 높고 거세 잉어들이 떠밀리기를 반복할 뿐 거슬러 올라가는데 성공하는 잉어가 거의 없다. 그런데 어쩌다 집요한 노력 끝에 거친 물살을 헤치고 거슬러 오른 잉어가 용문을 통과하는 순간, 바로 용으로 변신해 승천한다는 전설로, 하늘로 오르기 직전에 하늘에서 번개를 내리쳐 잉어의 꼬리를 태워 없앤다는 것이다.


소미연 잔치는 용이 된 잉어가 꼬리를 태워과거의 흔적을 없애는 것처럼 장원급제를 하거나 높은 벼슬에 오르면 바뀐 상황과 신분에 맞춰 처신을 환골탈태(換骨奪胎)하라는 의미가담겨 있다.


자리가 높아졌으니 수동적으로 끌려다니지말고 주인의식을 갖고 사고하며 처신하라는 다짐, 새로 대학생이 되어 어른이 됐으면 어른답게 책임 있게 생각하고 행동하라는 뜻의 축하를 겸한 잔치가 바로 소미연이다. 그러니 꼬리곰탕 한 그릇 먹으며 소미연의 뜻을 되새겨보는 것이 어떨지?

칼럼 푸드인문학 사진.bmp

윤덕노 음식문화칼럼니스트
ohioyoon97@daum.net

 

2017-03-02 13:57:06 서상혁 dekstar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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