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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에 빠지는 심리
2016-06-06
다단계에 빠지는 심리


잊을 만하면 가끔 세간을 시끄럽게 하는 사건이 있으니, 바로 다단계 사기사건이다. 한번 사건이 터지면 액수나 관련된 사람들의 수가 어마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다. 특히 최근에는 대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다단계 사기가 판을 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2011년 ‘거마대학생’ 다단계 피해 사건을 들 수 있다. 서울의 거여동과 마천동 인근에서 합숙을 하면서 다단계 피해를 입은 것이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유혹한 뒤 대출을 받게 하고, 대출 금액에 해당하는 생필품을 떠넘기고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로 주면서 회원을 가입시키라고 한 것이다.

이러한 사건이 한두 번 있었던 것도 아니어서 다단계를 하면 피해를 본다는 사실은 이제 모두가 다 아는 상식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단계에 계속 피해를 당하는 사람들은 끊이지 않으니, 도대체 그 심리는 무엇일까? 지성의 요람이라고 하는 대학을 다니는 사람들까지 피해를 입는 이유는 무엇일까?

만약 ‘다단계에 빠지면 피해를 입는다’는 사실만 알면 다단계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다단계에 빠져서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다단계를 잘 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도 안다. 정확히 말해서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은 회사의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설명을 통하여 잘 알지만, 피해를 본다는 사실은 대략적으로만 안다. 주변에서 다단계에 빠지지 말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들은 다단계를 권하는 사람들보다 논리적이거나 설득적이지 못하다.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설득에 있어서 중요한 두 가지, 즉 감정과 논리 중 어느 것의 영향이 더 큰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예를 들어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들은 논리적으로 접근할 때가 설득이 더 잘되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로 다단계 사기에 빠지는 사람들 중 적지 않은 수가 학력이 높은 편이다. 또한 자신이 많이 관여한 경우 논리적으로 접근할 때가 설득당하기 쉽다. 보통 다단계 사기로 문제가 되는 경우를 잘 살펴보면 회사에서 먼저 강압적으로나 의무적으로 큰 금액을 주고 물건을 구입하게 한다. 당연히 주변에서 감정적으로 무조건 나쁘다고 말하는 사람들보다는 다단계 회사에서 논리로 포장한 이야기에 설득당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또 한편으로 확증 편향(confirmationbias)을 일으킨다. 확증 편향은 여러 정보 중에서 자신의 생각과 신념에 맞는 것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생각을 확증하는 인지적 오류다. 자신의 생각과 틀린 정보는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주변에서 아무리 설득하려고 해도 설득되지 않는다.

생각해 보라. 다단계 회사에서는 언제나 성공한 사람들만 소개하지,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겠는가. 뿐만 아니라 다단계를 하다가 실패한 사람들의 경우에는 자신의 실패를 밝히기 싫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지만, 성공한 극소수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다단계를 홍보한다. 때로는 다단계 피해를 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지만, 들으려고 하지 않게 된다.

이와 더불어 사람들은 누구나 실패보다는 성공을 더 가깝게 느끼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비현실적 낙관론(unrealistic optimism)이라고 한다. 뉴스에서 사건과 사고를 접하더라도 ‘나에게는 저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 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다른 다단계 업체에서 피해를 본 뉴스를 접하더라도 자신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참여하는 다단계 사업은 망하지도 않으며, 다른 사람은 실패하더라도 자신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믿기에 참여하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면을 알더라도, 다단계 설명회에 가면 큰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한다. 왜 그럴까? 설득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설득자다. 설득자가 전문가이거나, 진실하게 보일 경우, 그리고 멋진 외모일 경우 설득자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져서 설득이 잘 된다고 한다. 다단계 업체에서 설명회를 진행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러한 요건을 충족시킨다. 설명회의 연사는 업체를 잘 아는 중견간부이거나 혹은 대학(원)에서 경제학 같은 전문영역을 학습한 전문가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의 단점 일부를 고백하면서 진실하다는 느낌을 준다. 여기에 더해 용모나 외양도 신뢰가 갈 수 있도록 꾸미기도 한다. 또한, 많이 알려진 연예인이나 공직자, 대학 교수 등이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요소들이 사람의 마음을 훔치게 된다.

다단계 사업의 피해자가 되는 이유는 단지 멍청하기 때문이 아니다. 나름의 심리적 이유와 장치들을 간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쉽게 큰돈을 버는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큰돈을 쫓다가 큰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사실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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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다심
심리학 칼럼니스트
www.nudasim.com
2016-06-06 20:08:37 서상혁 dekstar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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